기고
가톨릭 비타꼰 2016년 7월
Catholic Vitacon, July 2016
p30 - 31
함께 느낌 : 이렛날에
원문
원고를 요청받은 날, 마침 나는 오뉴월 감기몸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기계도 과부하가 걸리면 큰 고장을 막으려고 작동을 멈춘다. 하지만 나는 고열이 온몸을 치받고 나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육체적 고통을 핑계 삼아 주일미사까지 편한 마음으로 내려놓았다. 십계명 가운데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말씀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아파도 반드시 성당에 가서 미사를 봉헌하라는 말씀은 아닐 거라 생각됐다. 합리화일수도 있지만, 나의 건강 상태가 교우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았다.
고통 가운데 누워서 글의 주제를 생각했다. 원고 청탁을 받은 게 오히려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느껴졌다.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순간 어리석은 욕심으로 시간이란 거미줄에 묶여 몸부림치던 일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느님의 다정한 이끄심이 가슴으로 느껴지며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창세기 1장과 2장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이렛날에 하시던 일을 다 이루시고 쉬셨다.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보시니 좋더라~ 감탄하시며. 언제 읽어도 아름다운 동화처럼 그려졌던 하느님의 일들이다. 오늘 성체조배를 하는 가운데 문득 우리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각났다. 때 이른 무더위에 모두가 지친 모습이었지만 에어컨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는 중국 베이징의 날씨와 비슷하다. 놀라웠던 것은 베이징의 미세먼지와 고온 건조한 날씨를 서울에서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작년부터 올 초까지 주로 베이징에 있었다. 외출 전에는 핸드폰 앱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반드시 확인했다. 마스크도 하나가 아닌 두세 개를 한꺼번에 써야 했다. 정도가 심할 때는 아예 외출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던 이 땅은 어느새 우리 인간의 끝 모를 욕심으로 병들고 있다. 우리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힐링, 김현정作
구약에서는 안식일을 파라오 밑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하였다. 더 이상 파라오의 노예가 아닌 하느님의 자녀가 된 증표이기도 했다. ‘쉼’을 십계명에 넣기까지 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내가 쉼으로써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쉼도 존중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 일의 속박과 돈에 대한 숭배에 대항하는 날’(가톨릭교회교리서 2172항 참조)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건강한 자기애가 있어야 비로소 이타적인 사랑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요즘 방송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끔찍한 사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끼리의 공감능력이 사라진 것이다. 오직 우리 자신의 이익만을 구하는데서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한다. 사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지구 공동체는 모든 게 안팎으로 실낱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말이다.
글, 그림.김현정 (소화데레사. 등촌 1동 본당. 화가. 탤런트)